한국에서 우리는 어릴 때부터 개인의 자유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교육을 받는다. ‘배려’라는 이름 아래, 공공장소에서는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특히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간, 예를 들어 커피숍이나 음식점에서는 가능한 조용하게 대화하려고 노력한다. 대화가 활기를 띠면서 목소리가 커질 수도 있지만, 그런 순간에도 누군가는 눈치를 채고 손짓으로 조용히 하자는 신호를 보낸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려는 사회적 합의가 존재한다. 반면, 분위기 자체가 떠들고 소란스러운 것을 용인하는 공간에서는 자연스럽게 그 흐름에 맞춰 행동한다.
그런데 미국에 와서 마주한 문화는 한국과는 사뭇 달랐다. 외국인이 떠올리는 미국의 이미지는 무엇보다도 ‘자유’다. 타인에게 친절하면서도 자기 표현에 거침이 없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실제로 미국인들은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자신의 개성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이 개인의 자유를 절대적인 가치로 삼아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에서는 보행자가 횡단보도에 서 있기만 해도 차량이 자동으로 멈추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한국에서라면 이런 상황이 오히려 낯설 수도 있다. 이러한 모습은 미국 사회가 단순히 자유만을 중시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법과 규범을 내면화한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샌호세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점 중 하나는 소음이 극심한 자동차와 오토바이다. 특히 밤늦은 시간, 대부분의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는 시간대에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굉음은 참기 힘들다. 처음에는 이곳의 법이 그러한 차량을 허용하는 줄 알았지만, 검색해 보니 캘리포니아에서는 95dB 이상의 소음을 내는 차량에 벌금을 부과하는 규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심 곳곳에서 귀를 찢는 듯한 배기음이 울려 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단속의 어려움이다. 소음 기준을 초과하는 차량을 특정하는 것도 쉽지 않을뿐더러, 이를 측정할 장비가 항상 준비된 것도 아니다. 경찰이 적극적으로 단속하지 않는다면, 결국 주민들은 불편함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특히 개조된 배기 시스템을 장착한 차량이나 오토바이를 타고 거리를 질주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은 마치 엔진 소음이 자신의 마초적인 특성을 강조하는 수단이라도 되는 듯한 착각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작 그러한 행위는 자신의 수준을 드러낼 뿐, 진정한 강함과는 거리가 멀다.
진짜 강한 사람은 조용하다.
소리 없이 강한 존재감이 진정한 힘이다. 그들은 자신을 과시할 필요가 없으며, 불필요한 소음으로 타인의 일상을 방해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진정한 자신감은 배기음을 울려 퍼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서 나오는 법이다.
미국은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다. 하지만 그 자유는 무제한적인 것이 아니라, 타인을 존중하는 선에서 지켜져야 한다. 배려와 질서를 중시하는 한국의 문화에서 자란 나에게, 소음에 대한 미국의 관대한 태도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법이 존재한다고 해서 반드시 엄격하게 집행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결국, 사회의 질서는 법만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인식과 문화에 의해 형성된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한다.
나는 오늘도 한밤중에 울려 퍼지는 싸구려 스포츠 카와 오토바이의 굉음을 들으며 생각한다. 언젠가 이곳에서도 ‘배려’라는 개념이 자유와 균형을 이루어, 모두가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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